작년부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이 지수의 폭락으로 인하여 올 상반기에만 2조원에 가까운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만 크게 뉴스 보도가 되어서 그렇지,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 홍콩H지수에 연동되는 확정수익형 상품들이 엄청난 판매를 보였다고 합니다.
즉, 전세계 개인투자자들이 ELS를 가입해서 홍콩에 물렸다고 봐야죠.
투자는 언제까지나 자기책임입니다만, 복잡한 상품구조와 약관을 들이밀면서 증시의 폭락이 오지 않는 한 큰 손실은 없다는 식의 금융사 직원들의 말에 의심 반 확신 반으로 모두 사인을 하게 됩니다.
ELS, ELF, ELD 등의 상품들에 대하여 금융사의 설명만 듣자면, 사실 이게 예금도 아니고 투자인데
당연히 확률에 베팅을 하는 것이고 손실이 나도 투자자가 책임을 지는 것은 합당해 보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이들이 상품판매를 통하여 모집한 자금으로 기초자산 지수의 역방향 투자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만약 지수가 예측과 다르게 폭락을 한다면 과연 이게 금융지식이 전무한 개인에게 온전한 투자책임을 돌릴 수 있을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다소 음모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은행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최소한 음모론은 아니라는 신념으로
ELS류의 상품에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투자하면 안되는 이유에 대하여 이야기하겠습니다.
1. ELS, ELF, ELD에 대하여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이 상품들에 대하여 엄청나게 복잡한 설명과 그래프가 난무하는데요,
그냥 간단히 이야기해서 주식이나 주가지수의 방향에 따라서 특정 구간내에서만 움직이면, 확정수익을 얻고
(보통은 해당 기초자산 상승률에 비례하지는 않음)
특정 구간을 하방으로 이탈하면 그만큼의 원금손실을 다 떠안는 상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즉, 수익률의 상방은 막혀있고, 손실률은 -100%(원금 전액손실)까지도 열려있는 아주 불공정한 상품입니다.
무슨 조기상환 조건을 내걸면서 투자약정 기간보다 빠르게 원금과 사전에 지정된 조건부 수익이 지급될 수는 있지만
아무리 그럴듯한 투자구조이더라도 분명히 불공정한 상품입니다.
ELS, ELF, ELD의 차이는 각각 증권사에서 판매하느냐, 자산운용사에서 판매하느냐, 은행에서 판매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구조적으로는 유사합니다.
2. ELS를 가입하면 내 돈은 기초자산에 투자되는 것 아니야?
백번 양보해서, 우리가 ELS를 가입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럼 아주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은, 우리의 자금이 해당 ELS가 추종하려는 기초자산에 최소한 정방향으로는 투입된다고 믿는 것입니다.
즉, 예를 들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내가 1억원을 약정했다고 하면,
그 돈은 홍콩H지수 ETF에 투하가 되든, 홍콩증시에 상장된 우량주에 투하가 되든
아무쪼록 가입한 ELS가 근간을 두고 있는 기초자산을 '상승'시키는데에 투하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ELS 약관에 나오는 ELS 소개를 잠깐 인용해보겠습니다.
" 개별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 등에 연동하여 수익률이 결정되는 신종 유가증권으로 증권사에서 발행 판매하는 상품입니다. "
그 어디에도, 나의 돈이 ELS의 기초자산에 투하된다는 구절은 없습니다.
즉, 이 ELS를 통하여 모집한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사는 꼭 해당 기초자산에 투자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 돈을 모아서 예컨대 홍콩H지수에 대하여 공매도를 하거나 막말로 그냥 나스닥100에 투자를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금융사는 ELS 등을 통하여 적당히 기초자산 어쩌고 하면서 개인들에게 그냥 돈을 모집할 뿐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운용하는 지는 대부분 금융사 마음입니다.
3.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believe it or not
이슈가 되고 있는 홍콩H지수 ELS는 홍콩증시가 최고점을 달리던 '21년과 '22년에 엄청나게 판매되었습니다.
역시 개미들은 증시가 바닥일 때는 투자를 망설이다가, 온갖 미디어에서 증시 활황이라고 난리가 날 때 들어가서 고점에서 물리는 법입니다.
금융회사가 증시호황일 때 ETF를 출시하거나 펀드를 판매해서 개인투자자들을 코 꿰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국민이 알고 있습니다. 금융회사가 돈을 벌려면 증시고점에 최대한의 마케팅을 동원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수밖에 없거든요.
증권맨들, 은행원들도 한 가정의 가장일텐데 먹고 살려면 어쩔 수는 없죠.
자 그럼, 여기서 믿거나 말거나 저의 상상력을 동원해보겠습니다.
금융사가 ELS를 판매하여 투자자들에게 확정수익을 지급해주는 것은 금융사한테는 '채무'입니다.
이 채무에 대한 부담을 없애려면 두 가지 방법이 필요한데,
하나는 채무 이상의 수익을 올려서 금융사도 행복하고, 투자자도 행복한 윈-윈 전략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금융사 입장에서 여전히 불확실에 근거한 전략입니다. 금융사가 수익을 그 이상으로 낼지 어떨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 채무에 대한 부담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실질적으로 금융사가 ELS를 통해 모집한 개인 투자자금에 대한 '채무상환 부담'을 아주 확실하게 제로화할 수 있을까요?
이 방법은 아주 간단하며 여러분이 상상하는 대로입니다.
잠깐 쉬고 두 번째 포스팅으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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